저자 룰루밀러의 혼돈 속 질서 찾기 시작
몰 속에 사는 물고기, 물밖에 사는 물고기 어느 쪽이 진짜 물고기일까?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관심 밖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숨어 있는 무언가를 관심 있게 들여다봐야 한다는 시선을 담아 저자의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저자 룰루 밀러는 7살이던 해 휴가지에서 아버지에게 인생의 의미를 묻습니다. 아버지는 아무 의미 없다는 말과 더불어 인간은 이 거대한 우주 속 보잘것없는 아주 작은 존재로 한 개인을 지켜보거나 보살펴 주는 존재는 없다고 말해준다. 어쩌면 이 우주에서 개미보다 중요하지 않는 존재일 수 있고 모든 의미는 사람이 만들어 낸 것으로 혼돈만이 유일한 지배자이니 너 좋을 대로 살라는 말도 함께 들려준다. 페니키스섬과 가까운 휴가지에서 듣게 된 아버지의 대답은 7살의 어린 밀러에게 말로 옮길 수 없을 정도의 차가움과 함께 세계관이 재배열되는 느낌으로 다가왔다고 저자는 적었다. 페니키스 섬은 어류 분류학자로 명성을 떨친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 새로운 세계관을 만난 곳으로도 묘사하고 있다. 과학기자 밀러의 눈에 조던은 오만을 겸비한 어류 수집계의 이카로스로 여겼다. 자신의 안식처로 여겼던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충동에 의한 사건으로 무너지면서 혼돈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상황으로 치닫게 되자 다시 관계를 회복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믿음으로 이어가게 된다. 그러던 중 아무런 확신도 없고 자신의 고나 심사에 부모는 물론 주변 인물들의 비난이 어어지는 상황 속에서도 스스로를 던지며 계속 나아갈 수 있었던 조던은 어쩌면 바보의 표지가 아닌 승리자의 표지로 길 잃은 자신에게 안내를 제공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 혼돈 속에서 질서를 파악하는 과학자 조던. 아무것도 약속되지 않은 암울함 속에서 믿음을 가지고 계속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비결. 그는 희망을 찾을 수 있는 어떤 처방을 발견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으로 말이다. 밀러는 절판된 지 한 세기가 지나 조던의 회고록을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었고, 두 권에 나누어 빽빽하게 담긴 그의 나날을 펼 쳐들며 여정은 시작된다. 온시간을 받쳐 일궈낸 성과가 일순간에 무너지는 절망을 겪으면서도 나아가게 하는 힘은 무엇이었을까라는 궁금증을 안은 채 조던의 회고록 속으로 빨려 들어간 저자처럼 어느 순간 책 속에 빠져 있는 나를 발견할 때쯤 저자 밀러가 심어 놓은 씨앗은 작동되기 시작한다.
조던을 따라가 보는 과학기자
어린 시절 아무렇게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널브러져 있는 풀들의 이름을 찾아내고 분류하며 자유로운 놀이를 즐겼던 조던은 훗날 예기치 못한 형의 죽음과 권력의 필연성이 더해지며 놀이의 순수성을 잃게 된다. 13살에는 흩뿌려진 것처럼 보이는 하늘 위 춤추는 별들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고 스스로에게 주는 상으로 미들 네임에 스타를 넣어 사용하며 데이비드 스타 조던이라는 이름으로 우리에게 남겨진다. 저자는 하나의 힌트를 남긴다. 우주를 하늘의 원형궤도와 같은 규칙적인 질서로 파악하고자 했던 조던의 특이성을 말이다. 별에 머리를 담근 소년은 은하수의 불규칭성에는 관심이 가지 않았을 것이다. 표본실의 표본들처럼 가시적인 것이 다른 것을 볼 수 없었을 것이니 때문이다. 조던은 성인이 된 후 두 번의 시련을 겪는다. 그중 한 번은 1883년 실험실에 불이 나며 성스러운 명명의식을 기다리고 있던 표본들이 모두 소실되게 된 사건이다. 화재가 있을지 2년 후에는 아내도 잃게 되지만 굴하지 않고 더 세게 밀어붙이며 조던은 나아간다. 두 번째는 1906년 진도 7.9의 47초 동안의 지진으로 연구실에 층을 이루며 쌓여있던 명명된 물고기 표본 병들이 산산조각 나게 된다. 그 많은 시간을 들여 부여했던 질서에서 다시 혼돈의 세계로 세상의 영역으로 끌려 나오지 못한 채 형체 없는 미지의 존재로 물고기들은 돌아가게 된다. 어린 시절 불안으로 부터 안정감을 찾게 된 저자가 이별로 인해 혼돈 속으로 다시 밀어 넣어진 것처럼 열역학 제2법칙은 멈추지 않았다. 천재지변으로 사라지게 된 완모식 표본들을 바라보던 조던은 표본병 안에 이름표를 넣을 것이 아니라 뾰족한 끝의 바늘로 물고기의 살갗에 이름표를 직접 꿰매어 매달기로 한다. 물고기의 살을 관통해 이름을 붙이는 이 일은 조던이 경험한 어린 시절 기억 속 바늘이 의식의 표면으로 떠오른 것인지 누군가의 아이디어를 차용했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친구집에 머물며 절망에 굴하지 않는 조던의 뒤를 쫓던 저자는 어느 날 오후 공포에 대한 해독제, 희망에 대한 처방을 드디어 별견하게 된다. 생명에 동력을 나르는 전기 입자 이온을 연구한 아버지 실험실에 걸려 있던 단어들 생명에 대한 이런 시각에는 어떤 장엄함이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진화의 철학이라는 조던의 강의 요강 맨 밑에 묻혀있던 단어들이란 사실을 깨닫는다. 결국 조던도 자신에게 알려줄 새로운 게 하나도 없던 것이다. 늘 들어왔던 아버지의 말을 상기시킨 것 이외는 말이다. 시카고에 머물고 있던 밀러는 안갯속에서 자신에게 미소를 만들어 주는 샘을 찾아내게 된다. 보글거리며 올라오는 탄산 거품이 터지듯 에탄올은 저자에게 활기를 찾아주었고 희망을 품는데 가장 도움 되는 이일을 밤마다 반복하던 어느 날 자신이 집착하고 있는 조던의 힘에 관해 친구에게 이야기하며 거대한 유혹과 인접한 파괴되지 않는 것의 개념을 접하게 된다. 밀러는 경이로운 이 개념이 어딘가에도 잠복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다시 나서게 된다. 결국 살아남는 것은 사람이고 운명의 형태를 만드는 것도 사람의 의지라는 글을 그의 에세이에서 발견하게 된다. 페니키스 섬에서 질서의 깨달음을 얻었던 조던의 글 속에서 말이다.
생각해 볼 문제들
조던은 다윈과는 다른 입장을 고수했던 박물학자 루이 아가시의 제자라고 한다. 인류에 알려진 물고기의 1/5을 분류한 미국 스탠퍼드 대학의 초대학장이기도 하다. 조던은 중간에 다윈의 이론으로 넘어가기도 했지만 자연의 사다리를 믿었고 한다.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책은 약간의 미스터리가 더해지며 다른 국면으로 접어든다. 알고 있던 상식이나 진실이라고 믿었던 지식의 혼돈의 시대로 들어가게 된다. 저자의 글솜씨 위로 매끄러운 번역이 더해지며 단숨에 읽게 해주는 책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토대로 과학 역사 심리학 물리학까지 아우르며 실존의 문제에 접근한다. 마지막 부분은 한 가지 특질로 분류되는 이름아래 모든 것이 설명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편리에 의해 그어진 선에 의해 스스로를 배열하거나 혹은 배열당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믿는 신념에 대해 의심해 볼 수 있도록 생각을 하게끔 이야기해 주는 책이다.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 그것은 당연시 여겼던 것 상식이나 지식으로 믿었던 사실이 오류일 수 있다는 의심을 가지게 하는 책이다. 성장한다는 건 자신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말을 더 이상 믿지 않는다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말에 공감하며 분류된 현재의 것들을 의심 없이 받아들이는 태도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해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게 넓은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것을 이 책을 계기로 편협성은 날려버리도록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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